- <귀와 눈 : 노암>, 2023, 3 채널 비디오, 컬러, 3 채널 사운드, 23분 18초.
박선민은 사물의 크기나 형태와 같은 외적인 현상에 집중하는 동시에 이를 작가의 내면적인 성질을 연결짓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작가는 노암동에 위치한 노암터널*에 주목했다. 작가는 유구한 시간을 품은 노암터널을 카메라 렌즈로 관찰하며 산을 뚫어 만든 터널의 구조적 특성과 이 곳을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에 집중했다. “노암터널의 산이 거인의 머리라고 할 때 터널의 양쪽 입구들은 두 눈과 두 귀처럼 감각기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한 작가는 이러한 감각의 통로를 오가는 동네 사람들의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 보았다. 사람들이 터널을 오가며 자아내는 꾸미지 않는 소리와 함께 흘러나오고 있는 음악은 브루클린 출신 음악가인 데이비드 그럽스의 <부서진 우산들의 동네>(2018) 이다. 그럽스는 뉴욕의 다른 구역과 달리 서민적인 동네인 브루클린은 좋은 우산을 사기보다 급할 때 저렴하게 살 수 있으나 쉽게 망가져 버리는 우산을 쓰고 다니는 브루클린 주민들의 모습을 표현했다. 우연히 접한 이 음악에서 평범한 오늘을 살아가는 노암동의 풍경이 그려진 작가는 음악과 터널 소리의 울림를 함께 들려주며, 소시민적 삶을 살아가는 노암동 주민을 다정히 바라보게 한다.
*노암터널
제1회 강릉국제아트페스티벌(GIAF22) 《강릉연구》의 페스티벌 장소이었던 노암터널은 1900년대 초 일제강점기에 수탈을 위해 생겨난 이후 6.25전쟁 때에는 민간인 학살이 자행되었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장소이다. 1960년대부터는 기찻길로 활용되었고 시간이 흘러 KTX 철로 공사 사업이 이루어지며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인 공원이자 산책로로 재탄생하였다. 이처럼 사회적 변화와 요구에 따라 변화하는 일종의 정치적 풍경이었던 노암터널은 현재 노암동 주민들이 산책하고 쉬는 공간으로 그들의 삶에 녹아들어 또 다른 풍경을 만들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