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봄날에 강릉의 소나무 길을 걷던 작가는 길 한쪽에 놓여있던 아주 작은 소나무를 발견하고 데려왔다. 그로부터 닷새 후 큰 산불이 나 자신이 걸었던 길의 나무들이 불타버린 모습을 보며 자신이 데려온 소나무만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고 한다. 평소 다른 속성의 두 개체가 공존하는 이미지를 탐구하는 작가는 불타버린 재 역시 다시 생명으로 이어지고 계속되는 무언가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작가는 머나먼 시절에 인류는 동굴에 탄 나무로 그림을 그리며, 놀고 배우고 사라지고 태어났듯이 우리가 양가적이라 생각한 생과 소멸의 세계 역시 공존이 가능하고 연결되어 있지 않을지 질문한다.
임호경의 <길 떠나는 그림>은 작가의 그림인 작품을 관람객이 직접 들고 다른 공간으로 이동해 다시 작품을 걸어보는 관객 참여형 작업이다. 작가는 강릉 김씨가 강릉에서 서울에 다녀온 여행기를 담은 「서유록」을 읽으며, 강릉을 떠나는 길을 통해 강릉을 다시 보는 김씨의 여정에 주목해 보았다. 전시 공간에서 판매되어 자신을 떠나가는 작품을 보며 “사람도, 그림도 길을 떠나는 여정을 경험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작가는 그림이 길을 떠나는 여정을 상상해 보았다. 작가는 관람객이 직접 작가의 그림과 함께하는 여정에서 마주하는 풍경과 순간을 마주해보길 제안한다.

